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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 지은이 : 박순녀
일제 말기,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공립학교로 규칙이 엄하기로 소문이 나있었다. 치마의 주름의 수가 정해져있을 만큼이었다. 그 주름보다 더 많거나 적으면 안되고 딱 그 주름의 수에 맞춰야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일본인들이었다. 그러다 내가 4학년 일 때 민 선생이라는 하는 한국인 선생님이 왔다. 이곳에 한국 선생님이 그것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아주 놀라웠다. 하지만 한국인 민 선생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교장 주변에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만한 일본 선생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출세에만 관심이 있는 한국인 민 선생은 교장이 부리기에 아주 알맞았기 때문이다.
이 무렵 야마키 선생도 우리 학교에 왔다. 우리는 그에게 브라운이라는 별명을 주고 브라운 선생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그 때까지 군대에 가지 않은 브라운 선생은 발가락이 여섯 개라서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얻은 또 다른 별명은 육발 선생이다. 봉숙이는 육발 선생의 발가락이 여섯 개라는 것을 가장 밝히고 싶어해서 항상 선생을 지켜보았지만 육발 선생은 양말을 벗지 않았다. 그러다 학교의 행사 중의 하나인 매년 6월에 가는 모내기를 하게 되었다. 모내기를 할 때는 모두 양말을 벗고 모를 내야하기 때문에 봉숙이는 육발 선생의 발가락을 확인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좋아했다. 그러나 육발 선생은 몸이 안 좋다며 모내기에 참석하지 않았고 양말도 벗지 않았다.
모내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때 지나가는 남학생에게 ‘아이 러브 유’라고 말하는 장난이 있었다. 봉순이는 지나가던 남학생이게 아이 러브 유라고 했고 그것을 뒤에 있던 교장선생이 보았다. 교장을 본 봉순이는 너무 놀랐다. 봉순이와 나는 바로 교무실에 끌려갔고 온갖 욕을 들어가며 혼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벌을 받고 있는데 육발 선생이 왔다. 선생님은 우리가 걱정이 되어서 왔…(생략)
지만 우리는 육발 선생이 나간 뒤 우리를 놀리는 거냐며 화를 냈다. 큰 징계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세이자, 설유, 반성문으로 끝이 났다.
어느 날 우리는 밤 외출을 하게 되었다. 밤에는 외출이 금지되어서 우리는 밤에 돌아다닐 수 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 학교 졸업생이 적십자 간호원으로 가게 되어서 그 환송회에 우리 학교 학생들이 참가하게 된 것이다. 밤 외출로 기분은 아주 들떠 있었다. 우리 학교 졸업생의 환송회라 우리는 가장 좋은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함성 소리가 들리고 졸업생 언니가 등장했다. 모두들 소리를 지르며 자기도 적십자 간호원이 되겠다면서 환호했다. 그러다 우리는 우는 아기를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졸업생 언니는 자신의 어린 아기를 두고 떠나야 하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환송회에 참석할 때보다 가라 앉은 분위기였다.
다음날 학교에서는 역시나 적십자 간호원 신청서를 나눠주며 집으로 가서 도장을 받아 오라고 했다. 나는 도저히 적십자 간호원으로 갈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도 그 의견에 동의하고 우리는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역시나 교장 선생은 우리 교실에 와서 주동자가 누구냐며 소리를 질렀고 봉순이와 나를 불러 때리며 욕을 했다. 우리는 다시 교무실로 불려갔고, 봉순이와 나의 아버지가 학교에 오셔서 죄송하다며 빌고 있었다. 우리는 수사당국으로 보내질 뻔했다. 그러나 육발 선생이 교장 선생에게 아이들을 수사당국으로 보내는 것은 너무한 것이라며 말하는 덕에 우리는 퇴학으로 이 일을 마무리짓게 되었다.
얼마 뒤 8.15광복이 되고 며칠 뒷면 적십자 간호원으로 가게 될 친구들도 가지 않아도 됐다. 한반도에 있던 모든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돌아갔다. 노인은 자식들에게 업혀가다 자기는 두고 가라고 하고 아이들은 발에 돌이 박혀도 울지도 못하고 쫓아가야 했다. 일본인들에게 당한 수모를 생각해서 봉순이와 나는 그 모습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공부를 하러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이왕이면 나은 곳에서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에 서울로 가게 된 것이다. 서울로 가는 길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본인 중 우리는 육발 선생을 보게 되었다. 육발 선생도 우리를 보았지만 우리에게 가까이 오지는 않고, 웃음을 지었다. 봉숙이와 내가 무의식중에 육발 선생에게 달려갔다. 우리의 일행이 철교를 건너자 육발 선생은 가보라고 했다. 우리는 안녕히가라는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육발 선생은 우리에게 ‘아이 러브 유’라하며 손을 흔들었다. 둘 다 말없이 걷다가 뒤를 돌아봐도 선생님이 보이지 않자 봉순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에게 “봤어?”라고 물었다. 육발이라는 별명을 가진 육발 선생의 발가락은 여섯 개가 아닌 다섯 개였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지배를 당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게 적개심을 갖고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데, 육발 선생 같은 사람은 일본인이라도 충분히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제시대 때, 저항하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이런 것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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