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이상한 여행 아주 이상한 여행

아주 이상한 여행
`책`이란 것이 내 곁에 있지 않은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커가면서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고, 사회라는 하나의 집단에 대해 알게 되고...
그리고 그 각박한 집단에 하나의 존재로 끼워 맞춰지면서부터 난 책을 멀리 했던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는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작은 지식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즐거워했었다.
하지만 커가면서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접해 가면서부터는 책 속에 있는 지식들만으로는 이 어렵고 힘들며 언제나 새롭고 위험한 모험이 가득한 사회를 이겨내기엔 너무나도 부족했다.
이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 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 사회라는 커다란 파도는 책안에 담겨있는 지식의 배와, 학교생활로 얻는 지식의 배로도, 뛰어넘기엔 턱 없이 부족했기에...
더 큰 배가 필요했다.
그 큰 배…(생략)

뭔가...색으로 치자면 하얀색이랄까?

도 예전과는 달리 독서를 그리 많이 하지는 못한다. 해봤자 교과서 안의 독서랄까...
이 교과서 안의 독서는 모두가 하는 독서이다.
조금은 다른 독서를 해보자. 다른 사람이 학원에서 형식적인 독서 공부하는 동안 자신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독서를 해보자. 새로운 문학을 접하면 접할수록 우리의 지식과 감성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아주 이상한 여행...
예전에... 아주 예전에 읽었던 책들 가운데 가슴에 남는 책들 중 하나다.
이렇게 시간이 흐른 뒤, 읽는 예전의 책들은 나에게 새로운 느낌을 준다.
뭔가...색으로 치자면 하얀색이랄까?
그리고 그 책을 다시 읽으면, 그 하얀색 바탕에 나만의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느낌이 든다.
그로인해 난 그 책을 더욱이 마음 깊이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두두.
두두는 개구쟁이이다.
언제나 물 속 생물들을 괴롭히고 골탕 먹이는 개구쟁이.
자, 여기서 잠깐 어릴 적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만약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조그만 다슬기로 변했다고 생각해보라.
자신이 다슬기가 아니였을 때는 정말 조그마해서 귀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실재로 그런 다슬기로 변해버렸다면?
검고 딱딱한 껍질, 미끈거리는 몸... 정말 끔찍할 것이다.
난 생각조차 하기 싫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인 두두는 그런 경험을 했다.
평소 물 속 생물들을 괴롭게 하던 벌이였을 것이다.
다슬기가 된 두두는 일전에 괴롭혔던 물고기, ??왕점이??와 친구가 되고, 이를 시작으로 두두의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한 왕점이와의 파라만장 물 속 모험이 시작된다.
자신이 괴롭혔던 많은 물고기들을 만나고 용왕님도 만나며, 두두는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을 갖게 되고, 물 속 생물들과도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용왕님은 두두와 왕점이에게 두두가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게 되는데 한가지 방법은 두두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물 속 생물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왕점이가 희생하는 것이였다.
자신만이 두 번째 방법을 듣게 된 왕점이는 두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두두는 왕점이의 우정에 감동하여 진짜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용왕님이 말씀하신 두가지 방법 중, 첫 번째 방법을 택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집이 그리워진 두두는 용왕님께 잠시만 집에 갔다 오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 부탁을 승낙한 용왕은 한가지 조건을 내거는데, 그것은 물 밖으로 나가 사람이 된 뒤, 다음날 해뜨기 전까지 와야한다는 것이였다. 만약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왕점이가 두두를 대신하여 죽음의 벌을 받게 하겠다는 용왕님의 끝말에 두두는 꼭 돌아오리라 다짐한다.
그 다짐을 끝으로 순식간에 인간이 되어 땅으로 돌아오게 된 두두는 당장에 자신의 집으로 달려가 다시 부모님과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된 두두는 갈등한다.
이대로 인간이 되어 쭉 가족과 행복하게 살며 왕점이 따위 잊고 살 것인가, 아님 언제나 자신과 함께하며 도움을 주던 왕점이 곁으로 돌아가 영원히 다슬기로 살텐가...
심한 갈등을 하는 사이 서서히 날이 밝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두두는 가족에 대한 마지막 편지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무작정 개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우뚝 멈춰선 두두는 다시 갈등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얼굴과 왕점이의 얼굴이 눈앞을 맴돌았다.
두두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다시 개울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이 작아지지 않았다. 계속 사람인 것이였다.
용왕과의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생각한 두두는 쿵쾅거리는 마음으로 아까전 왕점이가 잠자고 있던 넙적한 돌을 들어본다.
그 자리엔 왕점이가 잠이 덜 깬 상태로 두두에게 놀라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두두가 다시 놓은 넙적한 돌 밑으로 들어갔다.
두두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왕점아, 나 사람으로 돌아왔어!??라고 개울을 향해 힘껏 외친다. 두두의 음성이 개울에 넓게 울려퍼졌다.
두두의 코는 어느새 빨개졌고 두 눈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이 책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자는 따듯한 교훈이 들어있다. 어렸을 적 그냥 읽기만 했던 이 책을 지금 다시 이해하며 읽으니 저절로 그 따스한 교훈에 포근한 웃음이 내 입가를 감돈다.
언제나 내 생각과 내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이 책.
이 책은 내게 멋지고 아름다운 감동을 맛보게 해주었고,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그 감동과 따스함은 영원히 내 가슴 깊이 각인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