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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인생과 골방 철학자
- 위기철 저, 청년사 폄
내가 아홉 살 인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약속 시간에 조금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어디서 시간을 채울까 하다가 들어간 서점에서였다. 처음에는 작고 가벼운 책의 크기에 가볍게 읽어 보려고 집어 들었지만 곧 여민이의 ‘아홉 살 인생’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 책에는 ‘진실한 거짓말쟁이’인 기종이,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채 외롭게 살다 죽은 토굴 할매, 정작 자신도 무허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가난한 산동네 사람들을 괴롭히는 풍뎅이 영감, 어린아이의 코 묻은 돈 마저 뺏으려 하는 욕심 많은 산지기, 산동네의 대장이었지만 술주정뱅이인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돈을 벌기 위해 공장을 다니는 검은 제비, 학생을 돈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학교 선생님(일명 월급기계), 학교에서 만난 여민이의 첫사랑이자 허영심 많은 장우림 등 많은 인물이 있지만, 그 중 내가 가장 …(생략)

종의 돌파구 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생산성 없는 일 말고 다른 좋은 돌파구도 있었겠지만, 사람에 대한 정과 위로가 그리웠던 그에게 ‘윤희’는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자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를 무시하게 만들고, 더 크게는 사람들에게(물론 그에게도) ‘공부=합격=성공’이라는 도식을 뿌리 깊게 심어 결국 실패한 그를 자살에 이르게 만든 것은 ‘사회적 책임’이다.
그렇다면 골방 철학자는 그 상황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무슨 노력을 했어야 했을까?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서, 고시에 합격해서 홀어머니를 봉양해야 했을까? 아니면 공부를 그만 두고 막노동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 홀어머니의 고생을 덜어 드렸어야 했을까?
혹자는 말한다. 골방 철학자는 대학교까지 나온, 이른바 지식인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없는 막노동 보다는 공부를 함으로써 자기 발전을 해야 한다고. 또, 고시에 붙으면 막노동을 했을 때 보다 더 크게 부모님께 효도 할 수 있으므로 먼 앞날을 내다 봐야 한다고.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후에 공부를 해서 고시를 통과할 것이라는 큰 가능성도 없으면서, 홀어머니께 힘든 생선 장사를 맡겨 두고 자기는 공부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막노동이라 하여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이고, 또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도 된다. 실제로 막노동을 하며 서울대에 합격한 수기도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평범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개 총 16년의 교육과정을 겪는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의 12년간은 자신이 미래에 무슨 일을 하게 될 지 꿈을 기르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대학’이라는 곳만을 좇아 공부를 하다가는 우리도 또 다른 ‘골방 철학자’가 될지도 모른다. 골방 철학자를 통해, 나는 꼭 나만의 꿈을 키워야 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