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씨의 짜장면을 읽고

▲도서명 : 짜장면 ▲저자 : 안도현
▲출판사 : 열림원 ▲페이지수 : 122
5월, 불어오는 봄바람때문인지 한참을 이런 저런 고민에 힘들어 하던 내게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방황은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라고. 어느덧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이다. 이제 나는 내 자신에게 솔직해서일까? 많은 방황을 멈추고 지금 나의 생활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다. 지금 그 때를 돌아보면 나는 이 「자장면」이라는 책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내게 솔직할 수 있는 계기를 준 이 책.
주인공은 나와 같은 나이. 17살이다. 반복되고 지루하게 쳇바퀴 굴러가는 인생에서 약간 벗어나려고 아버지 몰래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난다. 그 사고 이후 어머니를 폭행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이 소년을 가출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없이 오토…(생략)

일 뿐이다??라고. 그는 그만의 어린 시절을 어른들의 시선에 의해 난도질 당하고 싶지 않나 보다. 나 또한 그러하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소중한 것으로 둘 필요가 있다. 순수하던 어린 시절 특별한 날만 먹던 자장면이 그립지 주말 저녁하기 귀찮아 전화를 해서 시켜먹는 자장면이 그리운 것은 아니다. 그는 주인공을 통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살뜰히 하고, 우리 시대 한 가지 시선으로 편협하게 사는 순수한 폭주족같은 부류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선을 가지라는 말을 온 몸으로 외치고 있다. 더불어 어설픈 배려나 관심 대신 그들 자체를 이해하라는 말도.
소년은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비난받고 소외받는 가출청소년이고 폭주족이다. 하지만 이 소년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사랑할 줄 알며 또 세상을 대처할 수 있다. 그런 것을 보면 공부를 제법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 나는 아무것도 아닌 헛똑똑이다. 나는 세상을 사랑할 줄도 모르며 순수하지도 않다. 그리고 세상을 피하려고만 한다. 이런 내게 소년은 세상에서 정직할 줄 아는 법을 일러주고, 가끔은 나 자신을 돌이키고 한 가지 시선만으로 편협하지 말라한다. 소년이 과감히 집을 떠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은 점점 가지를 자르듯 잘려나가고 내 겉껍데기 속에는 나란 사람보다 다른 내가 새로 채울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것 또한 나이다. 이런 생각하는 나도 나이고 내 안에 있는 내가 아닌 무언가 역시 나이다. 나는 내게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 하나 하나를 분리하고 아껴두려 했던 것이다. 이제 나는 누구보다 잘 깨닫는다. 나는 나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오늘 저녁은 투박한 자장면의 맛을 느껴 보고 싶다. 맛난 소스나 많은 양은 필요 없다. 단지 알싸한 양파와 짭잘한 단무지와 함께라면 족하다. 날라리가 배달을 와도 좋다. 그들이 밤이면 밤마다 우리집 뒷편 도로에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폭주를 해도 좋다.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 꿈과 삶의 소중함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