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귐의 기도`를 읽고 사귐의 기도

내 평생의 기도, 하나님과의 사귐
‘사귐의 기도’를 읽고
솔직히 난 기도하기 싫었던 거였다. 큐티 중에도, 예배 시간에도, 중보 시간에도 무의미하고 건조한 음성만이 입가에 머물렀고,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해야 할 교회 앞에서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다. 그분께 드려야 할 말들은 너무나 많아 당장이라도 압도될 것만 같았지만,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그분이 내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던 까닭이었다. 하나님이 과연 내 기도를 들으시는 건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아 주저할 무렵 난 기도하지 않음으로써 의지적으로 그분 앞에 맞서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펼쳤던 이 책의 서문에서는 놀랍게도 나와 같은 고민으로 몸부림치며 예수님 앞에 섰던 한 사람을 만날 수가 있었다. 외적으로는 열심 있고 충실한 유대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적 공허에 시달렸던 그의 이름은 니고데모. 예수님과의 대…(생략)

있지도 않았고 내 안에 충분히 내재되어 있었다. 이른 아침이건 분주한 일상 속에건 피곤한 침상 앞에서건, 나는 이미 내 모든 삶을 그분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존재인 까닭이었다. 또한 온 우주에 충만한 그분과 늘 동행하기에 천하가 기도실이었다. 달팽이와 같이 기도의 공간을 업고 다니며 난 조곤조곤 그분께 아뢸 수 있는 자였다. 그저 반복되던 기도의 주제들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실상 하나님께선 나의 감사와 찬양 자체보다 그러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성숙함을 주목하셨고 기쁨으로 내 내면을 기름지게 하신 분이셨다. ??회개 기도??라는 동전을 넣고 ??용서??라는 상품을 사 오던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죄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데 있었다. 나아가 행하지 않은 선행에 대한 회개에까지 내 기도는 이어졌어야 했다. 간구 기도는 어떠한가.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을 주장하며 쓸데없는 제목들을 반복하느라 진을 뺐던 나였다. 하지만 정작 필요했던 것은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위한 기도였다. 더군다나 기도에 하나님의 능력으로 인한 치유력이 있다면, 그 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지체와 신음하는 이 세상을 위한 제사장으로서의 나의 삶의 방향은 더욱 또렷해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도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언젠가부터 내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며 마음을 닫아버렸던 난, 기도는 하나님과의 만남이라 하면서도 정작 한 번도 진지하게 하나님을 사귐의 대상으로 여겨본 적이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사귐의 기도를 위한 여섯 가지 도구－침묵 기도, 묵상 기도, 금식 기도, 기도문 기도, 단문 기도, 기도 일기－는 실제적인 방법 앞에 애타하던 내게 유용한 길을 제시해 줌과 동시에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이제 난 그분의 진실하고 속 깊은 친구가 되길 원한다. 우린 오랜 우정으로 인해 아무 말 나누지 않아도 편할 수 있으며, 서로를 깊이 생각하며 곰곰이 존재를 마음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서 끼니조차 거르고 달려갈지도 모르고, 가끔은 나보다 더욱 우정에 충실했던 이들의 멋진 시구를 적어 그대의 좋은 벗이 되겠노라고 속삭일 수도 있겠다. 그쯤 되면 짧은 한 마디를 듣고도, 얼굴에 띤 가벼운 미소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충만한 우정은 편지 혹은 교환 일기에 남아 있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애틋함과 소중함이 쌓여 감과 동시에 여전히 새롭고도 신선한 서로의 모습에 감탄하면서…. 이러한 우정으로 인해 생겨날 열매에 대해선, 정말로 깊은 기도의 여정을 걸어가며 맺어간 후에 충분히 공감하고 싶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여정은 나보다 더 간절한 그분의 열망과 소원으로 인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형상에까지 이르기를 소원하시는 그분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성품에 점점 깊이 참여하게 되고 그분을 닮아 가는 것, 「사귐의 기도」는 내 평생의 기도 제목과 함께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