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 사람아’를 읽고 renaren

‘사람아! 아, 사람아’를 읽고
? 이 소설은 1965년 가을부터 10년간 중국사회를 뒤흔들었던 ‘문화혁명’의 역사를 배경으로 문을 연다. 사회주의 사회 혁명운동으로서 중국사회를 격심하게 뒤흔들어 전례 없는 혼란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문화혁명. 이 소설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중국지식인의 운명을 상세히 그리고 있었다.
? 이 소설은 지금까지 읽은 소설의 형식과는 달리 독특한 서술방식으로 11명의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내용과 연결하여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었다.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속사정과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문화혁명’이란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의 11명의 등장인물들은 27개의 장을 통해 각자자신의 삶에 있어 개인의 입장으로서의 생각과 고뇌를 주관적으로 서술했다. 이 소설은 한권의 책으로 이어져있지만 한사람의 인생을 한가지의 이야기를…(생략)

의 아들 ‘곤’, 손유에의 친구이자 중학교정치교사인 ‘리이닝’(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결혼을 3번하게 된다), 손유에의 중학교친구이자 옛 애인인 ‘호젠후’(시류에 의해 우파로 몰려 학교에서 쫓겨난다), 막스주의자이며 당서기인 ‘시류’(마음속으로 수없이 손유에과 첸유리를 비교한다), 시류의 2번째 아내인 ‘첸유리’, 시류의 아들 ‘시왕’(그는 아버지 시류를 비판했으며 호젠후의 사상과 삶을 존경했다) 그리고, 소설가까지 포함하여 그 등장인물의 주를 이루고 있다.
? 이 소설에서는? 사상을 위한 인간, 인간을 위한 사상을 여러 인물을 통해 나타내고 있었다. 또한 특별한 두 단어가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는데 첫째는 사상이며 둘째는 인간 즉, 휴머니즘이라는 단어였다. 이 두 단어는 따로 같이 존재할 수 없는 단어이며 어느 것 하나 떼어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휴머니즘에 대하여 정의하기를 시왕이 편찮으시다는 아버지 시류에게 위로 차 찾아와 휴머니즘에 대한 정의를 여쭈어 보는 장면에서 나타난다. 그런데 우습게도 시왕의 질문에 대하여 아버지 시류는 항상 자신의 사상에 대한 주장과 휴머니즘에 대해 수없이 비판을 해왔지만 선뜻 이에 대하여 대답하지 못하게 되고, 겨우 가지고 있던 요군의 자료를 읽어주게 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휴머니즘’은 계급과 계급투쟁의 이론에 반대하고 계급조화를 고취하는 것이며, 추상적인 자유, 평등, 박애를 주창하고 실제적으로 우리들에게 적을 사랑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추상적인 인간성과 인간감정을 고취하고 인간을 계급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반대한다하며, 개인주의와 개성의 해방을 고취한다. 는 내용이었다.
사상과 함께 휴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는 주인공 손유에는 똑똑한 지식인이다. 또한 강하면서도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온유함을 겸비하였으며 무엇보다 인간의 소중함 즉, 휴머니즘을 알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인간성 회복을 보여주었다. 곧, 그녀를 통해 혁명개혁 등의 이념보다 인간이 우선임을 강조해주었다. 한편 손유에를 사랑한 ‘호젠후’는 우파로 몰려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리하여 유랑생활을 진전하면서 진정한 인간을 발견하게 되는데, 손유에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가운데서도 호젠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20년의 시련 속에서 결실을 맺는 이들의 애틋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호젠후의 어린시절에 대한 고백 속에 이러한 대목이 있다.
‘할머니는 자주 별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인간도 별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존재할 장소와 권리를 갖고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별은 자기를 받쳐주는 것이 없어도 하늘에 있다. 인간 역시 손잡아 줄 사람이 없어도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라고 고백하며 신분증도 없는 자신에 대한 존재를 바라보며 사회에서 자신의 자아를 인정받지 못함을 미칠 듯이 슬퍼하게 된다. 그러다 그는 문득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이슬방울은 말라버린 것일까. 아니다! 마르지 않았다! 이슬방울을 통해서 지금도 보이지 않는가. 돌아가신 부모님, 멀리 있는 여동생,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도 빠짐없이···. 신분증이 없다한들 그것이 어떻단 말인가. 나의 존재 가치는 한 조각 종이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진정한 휴머니즘의 본질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 즉, ‘나’의 존재가치는 그 정도밖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얼마 전 TV의 CF에서도 방영되었던 ‘당신은 사랑 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자살률이 세계최고위에 오르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소설에서 말하는 ‘나’ 라는 존재가치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고 이 노래를 날마다 생각한다면 결코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이렇게 높은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아픔은 서서히 치유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뿐만 아니라 ‘인생은 우리들에게 공정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우리들은 자기에 대해서 공정하지 않으면 안돼.’ 라는 호젠후의 대사에서 공산주의 사상에 입각한 휴머니즘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에 대하여는 관대하며 타인에 대하여는 엄격함을 볼 수 있다. 위대한 인물들을 보면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하여 엄격한 사람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나는 내 자신에 대하여 얼마나 관대했던가? 호젠후의 말처럼 내 자신에 대하여 좀더 공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 소설의 군데군데에서는 인간의 삶의 본질의 중요성과 더불어 휴머니즘의 향기들이 베어져 나왔다. 11장 리이닝의 이야기 속에 이런 말이 있다.
꿈이 없는 생활 이지만 덕택에 풍파도 일지 않아. 꿈이 있으면 언제나 풍파가 따르는 법이지. 다른 사람에게 주목을 받게 되면 반드시 그것을 깨뜨리려는 사람이 나타나 하지만 누구에게서도 주목을 받지 않으면 평온무사한 법이야!
? 그렇다. 꿈이 있는 사람은 삶의 풍파가 있기 마련이며 그 풍파로 인해 인간의 모난 부분들이 더 깎이게 되며 그로인해 더욱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삶은 얼마나 풍파가 있었으며 이에 대하여 나는 지금 얼마나 훈련되어져 가고 있는가? 평온무사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진 않았는가? 여기에서 나는 나를 포함한 이 시대의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상 가운데 실업률은 날이 갈수록 상승하며 이에 서서히 꿈을 상실해가는 우리들에 대하여 교훈이 되는 대목이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귀차니즘’ 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 말이 유행한다는 것은 더불어 그러한 사상이 유행하고 있다 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나는 이 시점에서 가깝고도 먼 나라인 북조선, 육안의 거리는 가깝지만 주체사상이라는 사상으로 너무나 먼 나라인 북조선을 떠올리게 되었다. 자유가 없을뿐더러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그들에게 이러한 ‘귀차니즘’이란 단어는 있을 수 없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일 것이다. 이에 ‘귀차니즘’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감히 질문하고 싶다. 당신은 자유가 지겨웠던가 보죠? 라고..
? 13장에서 꾸민 듯한 손유에의 태도를 보며 호젠후는 이렇게 생각한다.
? 사람이 꾸민 듯 한 태도를 취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법이다.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거나,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거나 본심을 감추기 위해서거나···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이 다 싫다. 일종의 병리의 표현이니까.
이 상황에서 손유에는 호젠후에 대한 본심을 감추기 위해서 꾸민 듯한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호젠후는 이 상황에서 싫다고 하였지만 나 역시 이러한 상황이었다면 ‘꾸민 듯한 태도’를 가졌을 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꾸민 듯한 태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호젠후는 이를 ‘일종의 병리’라는 표현을 했지만, 나는 상황에 따라 필요적절하게 사용되는 ‘꾸민 듯한 태도’는 삶의 적절한 양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 27장에서 자오제호한에게 쓴 손유에의 마지막 편지글에는 이러한 말이 있었다.
인생이란 얻는 것과 잃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얻는 것을 좋아하고 잃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잃는 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잃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는 법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가 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얻기만 하기에 급급해 했었는가? 잃어보지 않으면 소중함을 모르고, 소중함을 모르면 감사함을 모르게 마련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나의 삶의 현장에서 잃은 소수의 무언가만 바라보며 원망하고 속상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알고 보면 우리는 잃은 것 보다 받은 것이 더 많다. 다만 얻은 것에 대한 시각을 상실함으로 감사하지 못한 삶으로 이어지게 되고, 소수의 잃은 것으로 인해 기쁨과 감사라는 행복마저 잃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 이 소설은 현대중국이 안고 있는 정신적 모순들을 생생하게 지식인의 수난사로 보여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은 사상과 휴머니즘을 토대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향하여 깊은 고민과 생각을 던져준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하여 사상과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반추해보게 되었다. 또한 소설의 부분 부분들을 내 삶에 적용시켜 보기도 하였다. 사상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 밑거름이 되고 지탱해주는 주춧돌과 같은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상이란 것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등과 같이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자신만의 원칙도 넓은 의미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귀차니즘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항상 사고하자! 그리고 자유가 지겨웠던 것은 아닌지 자신을 체크해보자. 이 소설에서 남는 두 단어. ‘인간’과 ‘사상’. 뗄래야 뗄 수 없는 단어. 이 두 단어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