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레터` 독후감 시네마레터

이 책은 영하 이야기인 듯 싶지만, 엄밀히 따지면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서 시네마는 소품일 뿐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레터이다. 나는 이 책이 영화평의 형식을 빌린 수필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삶에 대한 다양한, 독특한 해석이 많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재밌게 읽은 책이다. 몇 해 전 모 신문사에 실린 이동진 기자의 영화평을 처음 읽었던 날 무척 놀랐던 일이 기억난다. 기존의 영화평들과는 달리 편안하고 다분히 주관적인 말투로 영화를 얘기하면서 그 속에 자연스럽게 삶과 철학을 끌어들이는 진지한 그의 글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그의 영화평이 실리는 요일이면 그 신문을 구해 그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글이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는데 ... 그런데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었는지, 정…(생략)

어쓴 이 책은 그래서 기분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풍부한 독서량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영화 얘기를 하고 있다.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세밀히 잡아낸 이동진 기자의 섬세함이 눈에 띈다. 평론은 딱딱해야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동진 기자는 영화에서 인생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섬세하게 집어낸 단어 하나하나 영화 한편 한편 속에 인생에 대한 성찰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무릎을 쳐야만 했다. 영화를 보면서 평상시 알듯 모를 듯 느끼고 지나가던 것을 꼬집어 내어 분석한 저자의 예리한 시각, 그리고 자신의 비평을 풍부한 문화 인문적 지식으로 뒷받침하는 저자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하기 어렵다. 특히 여러 각도에서 영화사이의 구조적 유사점을 찾아내는 저자의 능력은 독창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른 소위 영화 평론가의 "현학적"이고 "자기과시적"인 비평과는 여러 모로 격이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라고 다소 폄하하는 작품에 대해서도 그 나름대로의 예술적 가치를 찾아내는 저자의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영화 및 영화 비평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책으로서, 소장가치가 높은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