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 개고기

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
`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이것 참 괴상한 책이로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제목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별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개고기는 그저 먹는 것일 뿐인데 - 물론 식생활문화의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 문화적인 의식에까지 끌어다놓을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조금씩 고개가 끄덕여지기 시작했다. 비로소 `문화제국주의`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문화제국주의`라는 말의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개고기 문제에 대해 수없이 도마에 올랐다.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과 미국과 같은 이른바 `선진국가`들은 끊임없이 개고기를 먹는 우리를 야만…(생략)

느리기도 하였고, 그들을 지배하면서 스스로 문명국 내지는 선진국을 자처하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고급화시켰던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문화는 문화이지만, 다른 민족의 문화는 문화가 아닌 `야만`으로 취급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는 상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좋고 나쁨을 따질 수는 없는 것이다.
개는 우리 역사와 함께 숨쉬어 온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가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나 돼지와 같은 다른 가축들보다 구하기도 쉬웠다. 더군다나 개는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다른 가축들도 사람과 더불어 살기는 했지만, 어떤 것도 개와 같은 친밀감을 가지지는 못했던 것이다. 또한, 채식을 주로 하던 - 물론 풍요롭지 못했기 때문이었겠지만 - 사람들은 가끔씩 고기를 먹어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소나 돼지는 너무 귀했다. 특히 소와 같은 경우에는 몇 개의 마을을 다 합쳐봐도 서너 필 나올까 말까 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개를 먹게 되었고, 개를 먹게 된 역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개고기 문화`를 서구 열강이 함부로 짓밟아버린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애완문화`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것이 우월하다는 일종의 제국주의적 발상인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도 과거에는 개고기를 아주 즐겼다. 그들의 조상들도 개고기를 `예찬`하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만의 관점에 맞추어 우리의 문화에 대해 함부로 간섭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우리가 그동안 개고기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도 부족하였다는 것이다. 88 서울 올림픽 당시, 우리는 개고기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개고기집을 모두 골목길로 몰아내 버리고, 개고기 먹는 것을 금지하다시피 해버렸다. 우리 스스로가 `개고기`를 우리의 문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광저우에서도 버젓이 개고기를 먹고, 판다. 하다못해 북한에서도 버젓이 개고기를 먹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질타를 받지 않는다. 그들은 개고기를 그들만의 것으로 제대로 소화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개고기 문제는 한국의 `김치`냐 일본의 `기무치`냐 하는 문제와 비슷한 맥락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김치에 대한 자긍심과 인식이 부족했던 탓으로, 일본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급기야는 우리가 일본의 `기무치`는 김치가 아니라고 호소해야 할 지경에 이르러버린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먹던 개고기, 개고기를 먹던 광경(?)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개고기를 파는 식당 치고 버젓이 내세웠던 곳이 없었다. 어느 곳이든지 조금은 깊숙이 들어가야 개고기를 파는 식당이 나왔던 것이다. 한 번도 `개고기`라고 이름을 내건 곳도 본 적이 없었다. `영양탕`, `사철탕`, `보신탕` 등등... 어린 시절에는 이것들이 모두 다른 음식인 줄 알았던 것이다.
이것은 무언가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분명 우리의 것이고, 자랑스런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인 것인데, 왜 지금 우리 스스로가 이것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나부터라도 `개고기`를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개고기는 개고기일 뿐이요, 개고기는 우리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