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저자 : 조세희
출판사 : 이성과힘
이 책은 조세희씨가 쓴 난장이 연작집으로 난장이의 아들을 주요 인물로 삼으며 10여 년 전에의 우리 나라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있었다.
정말 10여 년만에 우리 나라가 이렇게 변모된 것에 놀라움을 금할 길 없었다. 지금은 임금을 인상하라는 등 자주 파업을 일삼는 노동조합인데, 10여 년 전에는 노동조합의 힘이 그렇게 약했다니.......
더구나 그 시대에 그렇게 빈부의 차이가 컸는가에도 놀랐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사람들의 생활방식, 태도마저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 같았다. 어느 부잣집 아들은 한 과목에 20만원짜리 과외 수업을 받고 자가용으로 학교에 다니며 이상한 필름이나 보고 여자 친구와 놀아나고……. 그 시간 가난한 집 아들은 공장에 취직하여, 줄 끊어진 기타를 치며 고장난 라디오로 통신 강의를 받고 철거 문제…(생략)

져 보고 싶다.

내가 만일 주인공이라면...?
만일 내가 주인공인 난장이의 토끼 새끼들이라면..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도 막연해진다. 아직 내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주관이 없고 그것을 내 자신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명인사가 아닌 불구에 가까운 난장이라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씩 더 받는 아버지를 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아버지가 한쪽 어깨에 힘겹게 메고 계시는 기계 부대를 영수, 영호처럼 아버지의 기계 부대를 선뜻 들어 줄 수 있었을까? 나는 이런 사연들을 이제껏 많이 들어왔다. 청소부 아버지가 부끄러워서 그냥 모르는척 지나쳤던 이야기..나물 장사 하는 어머니가 지저분한 옷을 입고 학교로 찾아오셨을때 냉정히 무시했던 이야기.. 나는 이런 사연들을 접했을때마다 당연히 부모님께 달려가서 일을 도와드리는게 우선아닐까? 남들의 이목이 무슨 상관이냐?는 등,, 성인 군자같은 생각만 뇌리에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이 상황에선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당당하게 맞설지, 아니면 비겁하고 비굴하게 난장이 아버지의 가슴에 비수를 던지며 피해버리고 도망해 버릴지 나 자신조차 어느쪽인지 자신있게 장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만일 내가 정상이 아닌 난쟁이(어쩌면, 동등히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외면해 버리고 실질적으로 인격을 부여해 주지 않는 이 사회적 현실이 비정상적 일지라도.) 아버지를 이해하고, 진실로 아버지를 사랑했더라고, 모든 환경을 다 수용하고 있더라고, 영희처럼 가족을 위해 모든걸 버릴 수 있고, 영수, 영호처럼 나 자신을 가다 듬을 수 있었을까?
현실을 부정하고 삐뚤어지진 않았을까?
난 아마 그랬을 것이다. 영수라는 그 주인공처럼 남을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죽이고 싶어도 마음으로만이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약하고 용기 없는 나 자신을 비관하며 자살이라도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또 내가 영희처럼 아파트 입주권을 찾기 위해 나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런 태도를 취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난 그렇게까지 희생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