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여관

< 백년여관 >
다른 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기억될 만한 일들과 여러 가지 사건들이 존재하고 있겠지만 한국의 역사 속 에서는 수 없이 많은 진실들과 기억될 만한 일들이 잊혀져 버리고 만 경우가 무수히 많이 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하는지 점점 모르는 사람들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우리에게 전쟁은 얼마나 참혹하게 다가 왔었 던가 다른 나라에서는 평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을 우리의 한 세대 사람들은 무수히 많이 겪어왔을 것이다.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다. 그리고 그 아픔은 지금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다. 이념과 사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전쟁 속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찾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던 사람들의 모습과 혼합되어져서 그 속에서 자신들의 참 모습을 잃은 채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뒤로 후퇴 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죽은 사람들은 되려 나…(생략)

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한번쯤은 깨닫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픔을 견뎌 내야만 하는 사람들 자신의 마음 속에 아픔과 상처가 가득 있는 사람들은 한번의 웃음을 보이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회가 그들에게 준 것은 아픔일지 모른다. 자신의 가족들과 웃으면서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 그들에게 우리는 아픔만을 준 것이고, 웃을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을 만들어준 것 밖에 없을지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모습을 소설로 형상화 시켜서 우리에게 그들의 아픔을 대변해 주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보아온 사회의 모습을 이런 식으로라도 풀어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 시대 속에서 죽지 못 하고, 그러한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그 일로 죽어간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고작 소설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얼마나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인가 나는 그들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그 시대 사람도 아니고, 내 주변에 그런 일을 겪어내고,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없었다. 그렇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때문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한 순간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픔을 가진 우리 나라 사람들의 가슴에 묻어진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내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