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반지의 제왕
반지의 제왕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때 도서실에서였다.
당시 판타지 소설에 관심이 많던 나는 판타지 계의 신화이자 선조라고 할 수 있는 반지의 제왕을 봐야지. 생각하고 무심코 빌렸는데, 나중에 반쯤 읽고 나서야 기대가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한국적인 판타지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하나의 서사시이자 역사와 같은 그 방대한 세계를 잘 이해할 수 없었고, 중간계에 대한 수많은 묘사들은 긴 문장이 되어 이해하는데 매우 혼란을 주었다.
한 마디로, 정말 지루했다. 1권도 채 못보고 반납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겨울에 친구와 반지의 제왕 영화를 보고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오직 글자로만 이해할 수 밖에 없어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충분히 소화해내지 못했던 백엔드, 리벤델 등의 중간계의 아름다운 배경을 영화에서는 너무나도 잘 연출해 내었기에 새삼 반지의 제왕…(생략)

경의와 애정을 느낄 수 있으며, 작가와 마찬가지로 언어가 가진 가능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당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톨킨은 반지의 제왕의 배경인 중간계middle earth 의 역사서와도 같은 `실마릴리온`이라는 책도 냈는데, 나는 그것을 보고나서 톨킨만의 심오한 역사적 의식에 차마 중간계가 가상의 세계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극서에서 시작된 신화시대의 이야기에서부터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시대-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는 정말 현실로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종이위에 옮긴 듯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과거 천년전에 일어났던 일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
오래 전에 존재하던 사상이 현재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이것은 중간계에서 불멸의 존재로 일컬어지는 엘프들이 작품내에 등장하며 화살처럼 역사를 가로지르고 영향을 미치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반지의 제왕만의 설정이다. 톨킨의 위대한 상상력이 멋지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정말 멋진 것은, 역시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든 행적이다.
호비트들의 거주지 샤이어에 묻혀있다가 절대반지를 손에 넣으면서 그것을 소멸시키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에서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점점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 프로도.
곤도르의 귀환한 왕이자 반지원정대의 리더로서 지도자의 정신적 면모를 보여주는 스트라이더 아라곤.
아라곤의 연인이자 리벤델의 군주 엘론드의 딸인 고귀한 엘프 아웬.
주인공은 프로도지만, 위에서 열거한 이외에 수많은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며 중간계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진짜 역사의 한 부분을 들춰 보는 듯한 설레임을 안겨준다.
그리고 비록 다른 사상과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고난과 역경을 딛고 모르도르의 암흑의 세력을 물리치는 모습은 정말 `멋지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박진감있었다.[고백하건대 나는 중세 전쟁물을 과도하게 좋아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인생을 바꾼 것들을 꼽으라면 분명 `반지의 제왕`이라는 소설이 들어갈 것이다.
나중에 커서 톨킨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며 평생을 지낼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반지의 제왕`은 정말 완성도와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다. 물론 책에 대한 안목을 너무 높여주는 불행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17살이 되어 다 컸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꿈을 꾼다. 아마, 어딘가에 중간계와 같은 환상세계가 분명히 있어 이스따리와 엘프, 오크들이 신화가 되어 들판 여기저기를 뛰어다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Anar caluva tielyanna(아날 깔루바 띠엘얀나)-그대의 길에 태양이 빛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