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를 읽고 삼대2

독후감
나는 소설 ‘삼대’를 읽고 나서 나의 생각이 복잡해 졌다. 소설 삼대는 풍요롭고 발달된 현실과는 다른 세계이며, 사람들의 가치관, 행동양식, 도덕, 관습 등이 크게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세계에 살며 그 속에 있는 가치관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은 나로서는 이 작품 속의 가치관 상당수가 이해조차 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대지주인 조부 조 의관의 가치관은 나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가문의 명예가 중요한 것인지, 어째서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까지 족보를 바꾸고 사는 것인지, 또 제사가 그리 절대적이고 강제적이며 비경제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봉건적 사고였다. 사실 1920년대면 조선시대도 아닌 일제치하의 억압된, 개화되는 사회이건만, 아직도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한 것을 보면 고집스럽게 보이기도 하다. 또한 족보에 돈을 쓰는 것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막…(생략)

회운동과 교육사업에 큰 뜻을 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식민지 시대에 그는 계집질과 노름과 같은 일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이중생활로 보아 나는 그를 위선자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돈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며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조부가 돌아가신 후에 발생하는 유산문제에서 범인을 찾지 못하고 유산의 절반이 자신의 아들 덕기에게 돌아가자 금고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게 잡혀버린다. 이런 것으로 보았을 때 그는 욕심이 강하며 특히 돈에 대한 집착은 작가가 차갑게 볼만큼 강했다. 또한 그는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제사를 거부한다. 바로 이 제사를 거부하는 것이 조 의관과 전면적으로 충돌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앞서 말했다 시피 조 의관은 제사와 조상, 가문의 명예 등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제사의 거부라는 것은 아무리 종교적 이유 때문일지라도 수용할 수 없는 것이고, 그런 의관과 상훈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 때문에 조 의관은 상훈을 못 마땅히 보고(물론 이 이유만으로 상훈을 못마땅히 여기는 것은 아니나, 이 이유가 가장 크다고 본다) 재산도 물려줄 생각을 안하고 결국에는 재산의 절반이 덕기에게 가버리게 된다.
조손 덕기는 성격이 강하지 못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줏대를 세울만한 강한 신념이나 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고 방황하고 있는 인물이다.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며 결말에서는 극도의 내적갈등에 휘말린다. 자신의 역할을 자신이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집안에서 조부를 도와 재산을 지키는 일 따위를 하는 적극성을 잃어버린 인물이다. 그러나 조부에게는 큰 믿음을 받아 재산의 반이나 얻게 된다. 내가 생각할 때 덕기는 일제 치하에 있으면서도 신 문물과 신교육을 접한 인물이고 가치관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인물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는다. 최소한 그는 올바르지 못한 가치관을 지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돈에 집착한다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 시대 상황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편쯤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왜냐면 그 정도가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도 조 덕기를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인물로 그리면서 나쁘게 보는 시각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덕기는 의관, 상훈 보다도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느낀점을 정리하자면 역시 돈에 관한 것이다. 만약 전쟁이 또다시 일어나 풍족한 사회가 빈곤해지고 돈의 쓰임새가 넓어지고 절대적이게 된다면 나는 황금만능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돈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쟁속에서 인간애는 남아 있을 것인가? 아직 내리지 못한 결정이다. 앞으로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