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을 읽고나서 삼풍백화점

삼품백화점,을 읽고.
언제적인가 친구들과 함께 무서운 이야기라던가 시시껄렁한 잡담을 늘어놓던 중이었다. 그때 한 친구가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아주 어렸을 땐데 내가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더랬어. 그런데 갑자기 막 뉴스속보가 뜨는 거야. 무너졌다고, 삼풍백화점이. 되게 어렸었는데 정말 만화처럼, 아니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어찌나 그렇게 허물어져 버리던지…….’ 친구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어렴풋한 기억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랬었지, 하고 맞장구 쳐 주었지만 왠지 모를 스산한 기운에 어깨를 부르르 떨어버렸다.
친구가 어떻게 그 어렸을 적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나 또한 어떻게 그 것이 연상되어버렸는지 잘 모르겠다. 그때 우리는 아주 어렸으니까. 그리고 얼마 뒤 삼풍백화점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한번 어깨를 흠칫 떨어버렸다.
소설은 처음부터 삼풍백화…(생략)

살아난 사람과 특별한 죽음, 그리고 유명인사의 불행 등에만 집중하곤 했었다. 정말 지극히 평범했던 R의 죽음. 그녀의 죽음에 대해 누가 관심을 가져주었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를 서러움을 느꼈다. R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았던 주인공에 대한 원망과 매몰찬 세상의 인정. 그리고 끝까지 R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믿는 주인공의 허망한 믿음이 마음 아프기까지 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은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일어났다. 그렇지만 소설을 통해 그것을 보면서 그때의 잔상들이 조금씩 기억 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어려 사탕이나 빨면서 그것을 무심히 바라봤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역시 인간의 불행이란, 그것이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자의 일일 경우에 사람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무관심해 질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