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혼의 탄생 부활 새로운 영혼의 탄생

새로운 영혼의 탄생
- 톨스토이 저, ‘부 활’을 읽고 -
나는 몇일 전 연수차 러시아를 다녀왔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넓은 평원, 그리고 그 위에 펼쳐진 광활한 숲. 그럼에도 무척 더러운 공기. 이런것들 모두가 나를 무척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욱 나를 놀라게 만든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상트 페떼르부르크의 여러 궁전들이었다. 여름궁전의 아름다운 분수들과 정원, 그리고 궁전 건물들. 겨울 궁전의 엄청난 규모와 그 안에 소장하고 있는 그림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금으로 떡칠되어있었다. 그것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가히 러시아 궁정 문화의 정수라고 표현될 정도로. 그런데, 나는 아름다운 궁전들과 장식품들을 보면서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많은 것들을 만들어야 했던 제정 러시아 시대의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고생을 해야했을까. 재료비는 치우고라도, 그것들을 만드는데만도 엄청나게…(생략)

비판되고 해부되어 있을뿐더러, 그 불완전한 사회제도 아래서 신음하고 있던 국민의 이상과 고통을 잘 표현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톨스토이가 만든 ‘부활’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의 이름은 네플류도프이고, 여주인공의 이름은 카츄사이다. 네플류도프는 귀족중 최고 지위인 공작가문의 자식이고 카츄사는 단지 농노의 딸일 뿐이다. 카츄사는 네플류도프의 고모네 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여름, 네플류도프는 논문을 쓰러 카츄사가 일하고 있는 네플류도프의 고모네 집에 왔다가 카츄사를 만나고, 서로 사랑이 싹트게 된다. 네플류도프는 그의 고모네 집을 떠나기 하루 전날, 카츄사를 범하고 만다. 그 일로 인해 카츄사는 점점 타락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그 일로 인해 일하던 집에서 쫓겨나고 아이를 나았으나 그 아이는 낳고나서 거의 곧 바로 죽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서 친척집으로 갔으나, 너무도 열악한 작업 환경에 놀란다. 결국 그녀는 놀고 먹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창녀가 되고 만다.
그로부터 5년 후, 재판소의 배심원으로 나온 주인공 네플류도프 공작은 살인절도 혐의를 받아 재판을 받는 검은 눈동자의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청년시절에 자기가 정욕의 대상으로 범한 순결하고 아름다웠던 카츄사였던 것이다. 네플류도프는 그 타락의 원인이 자기의 무책임한 행동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이 카츄사에 대한 양심의 가책과 귀족사회에 속한 자기 생활 태도에 대하여 깊은 의혹을 품게 되고, 동시에 남의 노역으로 포식하게 되는 토지사유제에 대하여 회의를 갖게 된다. 카츄사의 감형운동을 위하여 감옥에 드나드는 동안에 그는 도움을 바라는 무고한 죄인들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냉혹한 불합리를 목격하게 된다. 그는 일신상의 정리를 위해서 자기 영지에 내려가서 농촌의 궁핍을 눈앞에 보게 되고 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유력자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귀족 사회의 경박함과 부패를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카츄사는 시베리아로 떠나게 된다. 가는 도중 그는 여러 가지로 그녀를 보호하고, 형사범에서 정치범으로 옮겨 노동량을 줄여 주기도 한다. 그러나 카츄사는 결국 네플류도프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몬손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카츄사로부터 그것을 확인한다. 어느 날 밤, 그는 여관방에서 성경을 펴놓고, 그 복음서 속에서 자신의 여생의 길잡이를 발견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정말 실제로 있는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서 조사해보았는데,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는 이야기였다. 핀란드 만이 바라보이는 어느 전세 별장에 아내를 잃은 핀란드인이 딸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죽자 그 딸 로자리야 오 니는 별장 주인인 부인에게 끌려가 처음에는 수양딸처럼 사랑을 받으며 자 라다가 차차 냉대받기 시작하더니 16세가 되면서 식모방으로 쫓겨갔다. 그 때 대학을 갓 나온 여주인의 친척 청년이 별장으로 놀러왔다가 로자리야를 보고 그녀를 유혹했다. 그녀가 임신한 것을 알자 여주인은 화가 나 그녀를 내쫓고 말았다. 청년한테서도 버림을 받은 그녀는 아기를 낳자 유아원에 버리고 자신은 가장 값싼 매춘부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느 날 페테르 부르크의 센나야 광장 근처 매음굴에서 그녀는 술취한 손님의 돈 100루불 을 훔치고 금고 4개월의 형을 받았다. 그런데 그 재판 배심원 중에 우연히 도 지난날 그녀를 유혹한 남자가 있었다. 법정에서 그녀를 만난 그는 심한 충격을 받았고 양심을 되찾게 된다. 그는 그녀와 결혼할 것을 결심한다. 그는 이 결심을 이 재판의 검사직을 맡았던 코니에게 고백하고 한시라도 빨리 결혼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코니가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도 결 심이 선 남자는 조금도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때마침 대재기가 시작되어 식은 이 기간이 끝난 다음에 올리기로 했다. 남자 는 자주 그녀가 있는 감옥으로 찾아가 신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물건을 날 라다 주었다. 그런데 이 대재기가 끝나갈 무렵 로자리야는 발진티푸스에 걸려 마침내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형무소에서 죽어 버렸다.
실화에서도 소설과 거의 비슷하게도 여자 주인공이 범죄를 저지른다. 그런데, 실화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발진 티푸스에 걸려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형무소에서 죽어버리지만, 소설에서는 스스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시베리아로 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원래 톨스토이는 ‘부활’에서 네흘류도프와 까츄샤를 결혼시켜 시베리아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하면서 중요한 국가개혁안을 기안하여 황제에게 진언하는 형식으로 그의 의견을 직접 소개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 기초안이란 ‘헨리 조지론’에 입각하여 토지를 국유로 하고 조세를 단일제로 한다는 개혁서였다, 결국 이러한 계획은 피했지만 아무튼 톨스토이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당시의 잔인한 러시아의 사회조직에 대하여 예리한 비판을 가했다.
특히 이들 비판중에는 교회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톨스토이는 ‘부활’을 통하여 예수 그 자신은 지금 교회에서 하고 있는 온갖 행위를 다 금했었다. 그리고 사제들이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하는 그러한 장황한 말과 모독적인 요술을 금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딴사람을 스승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금했었다. 교회에서는 기도를 금하고 누구나 혼자서 기도하기를 가르쳤고, 교회 자체를 금했을뿐더러, 자기는 교회를 헐기 위해서 온 것이며, 교회에서가 아니라 정신과 진리 속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톨스토이는 이같이 교회의 일체의 권위를 부정했다. 교회의 의식, 기만에 찬 미사, 교회 안에서의 우상숭배 등 교회 자체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는 사람들이 기독교의 참된 가르침에 어긋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위선과 부정과 불평등을 기조로 한 사회가 강압과 허위에 의해서만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부활’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비판 때문에 이 소설을 자칫 잘못하면 3류 풍자소설로 보기 쉬운데,그런 류의 소설과 이 소설은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해결방법의 제시 및 그 방법의 의미이다. 작가는 이러한 모든 문제들의 해결방법을 네플류도프라는 사람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네플류도프는 상속받은 토지를 농노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며, 또 단지 가난한 농노의 딸일 뿐인 카츄사를 위해 헌신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카츄사가 시몬손과 함께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자, 네플류도프는 성경을 읽으면서 자신이 살아가야할 모습을 찾는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네플류도프의 영혼이 러시아 정교적 영혼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것은 곧, 사회의 여러 가지 잘못된 것들을 러시아 정교, 즉 종교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어찌보면 도스토예프스키 저, ‘죄와 벌’에서의 그리스도적 승리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도 있다.
단지 ‘죄와 벌’과 다른 점이라면 네플류도프라는 인간이 성경을 통해 깨달은 것은 ‘죄와 벌’에서와 같은 신앙이 아니라 이타주의적 자세라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에 나온 수많은 러시아의 문제들은 이타주의적 자세, 즉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으로써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간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만일 이 사람들이 톨스토이가 네플류도프를 이용해서 주장한 이타주의적 자세가 갖추어져 있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만 양보할 줄 안다면 그런 문제들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이 소설을 읽은 나 부터라도 남을 위해 조금씩만 양보해야겠다. 네플류도프처럼 새로운 영혼의 탄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더러워진 영혼을 어느정도 깨끗하게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