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계절 청춘 잔혹한 계절 청춘

잔혹한 계절 청춘
개인으로서 사회에 부유하며 의지할 곳 없는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고독. 그러나 밝아도 어두워도 매우 소중한 단 한 시절, 청춘이 있기에 삶 또한 존재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추락 속에서도, "나는 살아간다, 적으나마 스무 살 그 날까지." 점점 청춘의 의미가 가슴 메이도록 다가오고, 이상하리만치 의미심장한 메세지로 콕콕 박혀버리는 것은 왜 일까. 청춘에 대한 욕구의 연장선이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청춘 표류"와 함께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마도.
나는 과감히 청춘 표류와 함께 이 책을 파고들기 시작하며, 청춘에 대한 분석에 도전해보았다. 솔직히 결과는 완패였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쌓인 욕구를 해소할 겸 난잡할 정도로 파헤쳐 보려 했지만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알고 싶은 욕구는 해소되지 않고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점점 커져만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올…(생략)

그치기에 우리에게 또 다른 잔혹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수많은 감정들이 내재하지만 한가지로 딱히 정의내릴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모호함, 혼란 내지는 공허함이 잔혹함을 배가시킨다. 아, 잔혹한 계절, 청춘!
개인적으로, `비잔`이 던져주는 덤덤함, `완전한 유희`에서 소름끼치도록 느낀 청년들이 다다를 수 있는-한 여자를 상대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자극적 한계의 극치, `버스 정거장`에서의 표현할 수 없는 텁텁함, 그리고 짙은 도시 냄새, `옛날처럼`의 여주인공이 보여주는 청춘이 행할 수 있는 단순 재치, `무더운 길`의 4명의 친구들이 경험하는 성으로의 눈뜸과 그 순간, 그 이후의 당혹감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다른 작품들 속에 굳은 심지로서 존재하는 청춘에 대한 감정, 시선들을 색다르게 이것 저것 골라가며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모든 작품을 완전히 소화시킬 수 있다면 그야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지나친 과욕이 되지 않을까. `물색`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목구멍이 탁 막히는 기분 나쁜 경험을 넌지시 던져버리고 마니까. 책의 가장 끝 부분에 위치하여 `청춘은 결코 해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하는 심정으로 보복을 하듯 후련하게 뒷통수를 내려치니까 말이다.
이 책을 선택했던 동기는 다자이 오사무의 `산화`를 읽고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다가 고른책이였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고 샀던 바와는 달리 다자이의 단편보다 이시하라 신타로 라는 생소한 작가의 단편이 가히 충격적이였다. 이시하라 신타로의 `완전한 유희`를 읽으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놓고 내 뱉은 그들의 말에 난 소름이 돋았다. "생각 외로 이번 유희는 싸게 먹힌 거야."
생소한 단어들과 시대 배경 등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해하지 못하고 넘겨버린 문장들도 있을뿐더러 이해하려 애쓰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도 존재하고 있는 찰나 같이 짧은 `청춘` 이란 계절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