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나서 동물농장

돼지의 탐욕을 닮아가는 인간의 권력 욕심
자신들을 지배하는 주인의 말에 복종하여 힘겨운 노동을 해야 하는 낮의 시간을 지난 고요한 밤. 동물들은 자신들의 주인이 잠든 밤에 하나둘씩 조심스레 모이기 시작한다. 비록 주인 몰래 모이는 이들이었지만, 작은 동물이 다칠까봐 아주 천천히 발길을 옮기고, 새끼 오리를 위해 자신의 앞다리로 간막이 벽을 만들어 주고, 편한 자세로 정신을 가다듬으며 기다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참 따뜻해 보이고, 평화로워 보인다. 물론 이들은 비록 인간이라는 주인의 지배를 받고 있는, 피지배자의 입장이지만 통치자도 없고, 독재자도 없고, 계급도 존재하지 않는 체계 속에서 강자가 약자들을 보호하는 그들의 세계가 내 눈에는 참 따뜻해보였었다.
그러나 이렇게 겉으로만 보는 것과 달리 실제로 그들은 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늘 엄청난 노동을 하지만, 그 노동에 비해 그들에게 돌아오는 대가는 터…(생략)

일이 없도록, 규율을 정하고, 글자를 배우고, 회의를 한다.
하지만 어딜 가나 앞서가는 자와 뒤처지는 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동물농장에서도 앞서가는 무리인 돼지무리와 뒤처지는 무리인 (돼지가 아닌)다른 동물들의 무리로 점차 이분화 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앞서가는 무리가 뒤처지는 무리를 가르치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좀 더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제시하는, 그들에게 필요존재인 빛과 소금이다. 허나 빛과 소금이라는 특별한 존재감 속에서 특별함과 우월함을 맛보아 버린 돼지들은, 자신들이 더 완고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한다. 노동착취를 하고, 늙어버린 동물을 도살업자에게 보내 자신들의 음식으로 만들고, 마침내는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라는 규율마저 깨트리고 두 발로 걷게 된 그들의 손엔 채찍까지 들려있다. 매너농장 시절에 동물들을 지배하던 인간 주인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다. 작가의 말처럼 인간과 돼지 사이에서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책을 덮은 나는 왜 하필 이런 권력욕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돼지를 택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돼지보다 몸집이 큰 동물도 있고, 돼지보다 더 악랄한 성격을 대표하는 다른 동물들도 있고, 돼지보다 더 똑똑한 이미지로 인식되는 동물들도 있는데 왜 하필 돼지였을까 하고. 내 생각에는 아마도 다른 특성들을 떠나 ‘탐욕성’ 을 강조하려고 했던 거 같다. 돼지는 식탐이 강하고, 끊임없이 먹는다. 작가는 아마 그런 돼지의 특성을 이용해 돼지의 탐욕을 닮아가는 권력욕이 강하고, 끊임없이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인간의 권력욕심을 나타내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
읽는 내내 재미있기도 했지만, 마치 현재 우리 인간 사회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작가는 파시즘으로 변해가는 탐욕스런 사회에 대한 경고를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