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을 읽고

죄와 벌을 읽고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꼭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발견하였을 때에는 참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나` 라고 생각하니 앞이 막막하였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책장을 하나 하나씩
넘겨 가면서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로쟈)에게 커다란 흥미를 느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누고 그 중 한 부류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범죄의 행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결국 앞으로 성공하기 위한 돈을 얻기 위해서 고리대금 하는 노파를 죽이고 그의 여동생까지 죽이게 된다. 이 내용은 너무나도 끔직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질문을 한 가지 하고 싶다. `어떻게, 왜? 살인을 한 것인지`, `살인 말고는 성공을 위한 돈을 얻지 …(생략)

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 번 해 보았다. `나의 정신 상태는 어떠한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가운데에서 그는 자신의 상황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범죄를 정당화하는 이론만을 머리에 담고 있다가 결국은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그는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죄의식을 느꼈는가 하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보고 있으면 그는 자수의 순간까지 즉, 경찰서 앞에서 소냐하고 대화를 하는 순간까지 자신은 이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엄청난 죄의식에 눌려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그 죄를 조금이나마 덜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정말 자기가 지은 죄를 깨닫는 모습 같다. 나의 생각은 자기가 스스로 깨달으면 아마도 다음에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훔친 것을 손도 안대고 바위덩이 밑에 숨겨놓고, 어머니와 동생이 어렵게 마련해 준 35루블의 돈을 단지 두 번 만났을 때, 알코올 중독자 마르멜라도프의 장례비용으로 써버리는 것이다. 자기의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자기의 자체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처음의 목적은 이미 사라졌고, 이제는 단지 자기의 돈이라는 천박한 목표에 사로잡혀 사람을 죽인 추악한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듯, 그는 재물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그의 죄의식의 무게를 줄일 수 없었기에 그는 계속해서 방황한다. 열병에 시달리는 허약한 육체, 혼란한 정신, 자기를 둘러싼 혼란스런 상황들이 그에게 죄의 고통을 주고 있었다. 그는 죄의 대가인 벌을 치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의 글에서는 살인이라는 말이 많이 나와서 나쁜 사람인줄 알았는데 나중엔 자신의 죄를 인정하여 원래의 순수한 마음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시기의 그의 모습은 황폐화된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참을 수 없는 죄의 고통을 느끼는 범죄자이다. 이 모습은 아마도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 속에 속하는 하나의 인간일 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죄`를 짓고 사는 것 같다. 무의식중에 수많은 죄악을 짓고 있는 우리들. 어쩌면 우리가 태어난 것 자체가 죄라고도 할 수 있지는 않은가. 자연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장본인은 바로 우리 안간이지 않은가 싶다. 생각할수록 힘들어지는 그 죄의식은 라스콜리니코프의 죄의식과 유사한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그 동안 내가 살아가면서 어떠한 죄들을 지었는지 생각하여 보았다. 부모님께 거짓말, 동생 때리는 것, 잘못을 해 놓고 동생 탓을 하는 것 등..... 이 모든 것들이 다 죄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지금 까지 수억 만개의 죄를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떻게 변해 갔는가? 라는 질문이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춘을 하는 여인 소냐를 만난 이후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찾아가서 뜻 모를 소리를 늘어놓다가 화를 내기도 하고, 그녀의 발에 입을 맞추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더구나 몇 번 만나지도 못한 그녀에게 자기의 범죄를 고백해 버린다. 그리고 나서는 그녀의 자수 권유를 받아들여 자수를 하고 8년간의 시베리아 유형 길을 떠난다. 한편으로 보면 소냐의 한 사람을 사랑하여 진정한 인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 소냐가 동행한다. 결국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바로 이 순간이 실제로는 그의 별이 끝나는 순간이다. 남은 7년의 유형은 더 이상 벌이 아니다. 단지 새로운 생활을 위한 준비기에 불과한 것이다. 나도 그 사람이 이제부터라도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어서 참 기쁘다. 이제 옛날의 날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그는 죄의 무거운 짐을 벗고 새롭고 정상적인 인간으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많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죄의식의 무게도 어쩌면 스스로에게 채운 족쇄이지 않을까? 무거운 생각을 버리고 현실의 삶에 충실하며 모두에게 도움을 주려는 태도를 갖는다면 어둡기만 해 보이던 세상이 달라져 보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한 인간의 정신적 파멸과 부활의 고정을 살펴보면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는 죄와 벌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벌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죄의 뒷면이라는 것이다. 법에 의해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지은 마음에서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는 것이 바로 벌인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단순히 벌이란 잘못을 하여 받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이 내용을 읽고 난 뒤에 `벌` 은 마음이 용서받기 이전에는 끊임없이 정신을 속박하는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인간이 죄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주변 사람들이 그를 용서해 최종적으로 새로운 죄의식을 떨쳐 버린 것으로써 정신적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의 길도 힘든 것이며 라스콜리니코프 자신의 변화도 필요로 했다. 현대인의 삶도, 나의 삶도 이런 것이 아닐까.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세상을 달라 보이게 하고 모두가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현대인의 과제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이 책에서 느낀 점은 죄와 벌이라는 무거운 세상을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만약 죄를 지으면 다른 주위의 어떤 벌보다 자기 스스로 느끼는 죄의식이라는 벌이 더 가혹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