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읽고 향수를 읽고…

향수를 읽고…
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사 : 열린책들
어느 기이한 천재의 일생..
이 책을 처음 본 건 오빠 방에서였다. 책장 한구석에 약간은 두꺼움 직한 두께로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딱 시선이 간 순간 지은이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미 좀머 씨 이야기를 읽은 나는 알려진 사진이라곤 단 한 장밖에 없는 지은이의 집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얼굴이 떠올랐다. 세상과 거의 단절하다 시피 꽁꽁 숨어서 사는 그. 그의 맘 속에서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에게 그는 또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 거리낌 없이 그 자리에서 책을 꺼내 들어 책장을 넘겼다.
그게 시작이었다.
한 템포도 늦춰지지 않고 신속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 이끌려 나는 바로 다음날 새벽같이 학교로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눈이 너…(생략)

냈다.
그렇게 자라는 동안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존재를 모르던지 아님 경계 하던 지의 둘 중 하나였다. 그에게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름이면 자연히 나게 되는 땀냄새 조차도!
하지만 그는 냄새의 천재였다. 자신에게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으면서 다른 냄새에 대해서는 천재였던 것이다. 그는 무두장이의 일을 하고 있을 때 이리저리 냄새를 맡으러 다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최고의 냄새를 어느 아름다운 소녀에게서 맡고 그 소녀를 죽인 뒤 냄새를 마음 껏 취하고는 자신이 가진 뛰어난 후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하여 그는 마치 봄이 되면 활동하는 기생충처럼 어려운 시기를 웅크리고 있다가 유명한 향수 제조인 xxx의 조수로 들어가는 기회를 얻게 되자 향수 제조법과 그 외 자신이 얻으려는 것을 모두 얻어내고 그곳을 떠났다. - 특히 도제증이 그에겐 필요했었다. 그것은 사생아로 태어난 그에게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7년간의 동굴 생활 뒤 자신이 처음부터 만들려던 그 향수를 위해 아름다운 소녀들을 25명이나 살해하였다. 25번 째 소녀를 죽인 뒤 그는 체포되었다. 그 동안 계속되는 살인사건으로 두려움에 떨었던 사람들은 공개 처형되는 날 그에게 돌을 던져주리라 마음먹었었지만 그것은 모두 허사였다. 그가 만든 지상 최고의 향수를 그의 몸에 뿌리는 순간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신이요, 더 이상 살인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나가버렸고, 그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살인죄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그가 느낀 것은 허무함이었다. 그는 어느 집시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 그 수많은 사람들의 이성까지도 마비시킨 지상 최고의 향수를 몸에 뿌렸다. 그러자 집시들은 그에게로 달려가 그를 뜯어먹고 그의 형체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게 된다.
이로서 소설 속 이야기는 모두 끝이 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별다른 감동을 받지 못하였다. 이야기가 너무나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_-... 정말임)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작가는 이 이야기를 썼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쓰고싶어서.."라는 답변이 들려온다 무시해버리겠다.-_-)그냥 재미있는 소설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무언가 다른 어떤 지독한 슬픔이 느껴졌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너무나 더러운 냄새가 마구 얽혀있는 세상에 경멸을 느껴서일까? 아님.. 도대체 어떤 것이 그를 자극하여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을까?
...
답이 나오지 않자 다른 생각을 하던 나는 문득 나 자신에게서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 나온 그르누이의 혼을 앗아가 버린 아름다운 소녀에게서 나는 냄새는 아닐 것이다.-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_-;; - 파리의 뒷골목과 같은 지저분한 냄새라면... 내 주위에는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 명 남아있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거 같고.. 그래, 보통 인간의 냄새가 날 것이다. 그르누이는 고양이의 배설물 그리고 식초 등 주위에서 너무나 구하기 쉬운 것들로 보통 인간의 냄새를 만들었지만 나는 나에게서는 나만의 냄새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은 각각의 향기가 있다. 하지만 그 향기가 순수한 아름다운 소녀 혹은 따사로운 햇빛이 드는 맑은 숲속을 연상시키는지 아니면 오염된 공기에 찌든 도시 중심 거리 혹은 청소하지 않은 화장실 냄새를 연상시키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모두들 생각해 보라. 자신에게서는 어떤 냄새가 날지. 주위에 자신의 적이 많다면 그것은 곧 앞에서 말한 향기 중 후자쪽에 속하는 향기가 나는 사람이다.-물론 내가 지금 말하는 향기는 몸 겉에서 나는 향기가 아니다. 향수로 감춰지는 그런 향기가 아니다.
생각이 여기에 까지 미치자 나는 나에게서 나는 향기가 그 지상 최고의 향수에 조금이라도 미치게 마음을 가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주위 사람들과 좀더 가까워지도록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향기를 가꾸는 것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늙어서 얼굴이 쪼글쪼글해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해도 은은한 향기가 난다면 그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시각이 아니라 후각에 의해서 먼저 느껴지는 것이다! 봉사의 정신으로 평생을 살다간 테레사 수녀를 생각해보면 벌써부터 그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늙어서도 추한 냄새가 나지 않게 그르누이가 탐낼만한 향기를 가지기 위해 우리는 평생동안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