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넝쿨집을 읽고 호박넝쿨집

호박넝쿨집을 읽고
호박넝쿨집.
듣기만 해도 정겹고 향토적인 풍이 느껴지는 책이다. 표지의 호박그림은 정말 시골의 못생긴 호박같았고 표지제질도 얼마나 신문지를 싹싹비벼 부드럽게 만든 그 느낌이 나는지, 아마 할머니께 드렸으면 눈시울을 붉혔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은 내게 엄청나게 큰 교훈으로 다가온 것 만은 틀림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만큼 옛날에 대한 느낌이 부족하고 우리 선조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 전쟁을 왜 일으켰는지 하나도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마른 내 영혼은 이미 선조들의 지혜와 인정으로 풋풋하게 젖어있었다. 나는 이 땅을 깨끗하게 물려주신 선조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의 정말 줄거리는 우리들의 가난했던 보리고개 이야기였다. 보릿고개. 단지 그 말 한마디로 다 이해가 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 말, 그 시대. 그 시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새삼…(생략)

근심과 고통을 당했는데 어떻게 그렇게도 아름다운 언어로 ‘보릿고개’가 될 수 있었을까? 지금 생활을 비교해서 한 말이다. 내 생각에는 이렇게 풍족하고 뭐든 빨리 되는 것에서 더 이름을 지어 칭송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을 읽고 그 의심은 쉽게 풀렸다. 사람들은 가난할 때, 무언가에 매달릴 때 더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사람들이 그렇게 돈에 매달리고 돈에 죽고 하는 단칸방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해가 안되지만 지금은 이해가 된다. 그들에겐 푸진 인심과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없는 것은 인심과 목표. 보릿고개, 그 식욕까지 버려가며 똘똘 뭉쳐 살아남은 시절, 우리 선조들은 육체는 굶주렸지만 마음만은 인심과 커다랗고 예쁜 꿈들로 배불러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책 속의 우리 선조들에게 인심과 목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절대절대 이 세상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겠다. 우리 선조들의 삶처럼 인심과 목표로 배불리워서 살겠다. 그것이 진정한 선조들의 삶이었고 또 내 삶이기 때문이다.